3.1절을 맞아 나흘 간 연휴가 시작됐다.
대회 준비로 인해 바쁜 일정을 보내고 모 처럼만에 쉬는 날이다. 그동안 긴 겨울이 지나 이제 겨울에 끝자락에 왔다. 저녁식사 중 와이프가 나에게 말했다.
“내일 어디 안 나가?” 긍정을 감지한 나는 공기의 흐름을 안정 시키고 물었다.
“내일 어디 다녀와도 돼?” 라고 묻자 와이프가
“응! 내일 예서 어린이집 등원 시키고 다녀와” 이렇게 나는 올 해 들어 첫 낚시의 기회가 생겼다. 이럴 줄 알았으면 숙소에서 이번에 구입한 뱀부로드와 뜰채를 가져 올 걸 후회했다.
나는 급히 강규 형님께 연락을 해 일정을 잡았다. 형님은 내일 얼지않은 곳을 찾아 가자고 했다. 그렇게 정해진 곳은 평창! 2018 동계 올림픽이 열린 곳! 초보자인 나는 아직 못 가 본 곳이다. 왠지 모를 기대와 설레임으로 다음 날 딸을 어린이집에 등원 시키고 아침 9시에 평창으로 출발했다. 총 237키로 약 3시간 15분에 시간이 소요 됐다. 와이프 퇴근시간에 맞춰 집에 온다고 했으니 낚시 할 수 있는 시간은 2시간 남짓 시간. 2시간을 낚시하러 왕복 6시간이 넘는 시간을 운전 한다니 내가 생각해도 미친 것 같다. 도착 하기 1km 전 부터 물가를 보며 운전했다. 물이 있기는 커녕 얼거나 바닥이 훤히 드러난 메마른 땅 뿐이었다.
걱정스런 마음으로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 목적지에 도착하니 형님의 차가 주차 되 있었다. 신기하게도 그 곳 물가는 적은 수량에 물이 흐르고 있었다. 작년 가을에 뵈고 몇 달 만에 형님을 뵈니 반가웠다. 형님은 이 곳은 용천수라 바닥에서 물이 올라 와 얼지도 않고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설명 해줬다. 나는 이런 저런 설명을 들으며 분주히 웨이더를 입고 낚시 채비를 했다. 그리곤 형님이 안내 해 준 포인트에 첫 캐스팅을 했다. 적은 수량 탓인지 그 곳 포인트에서는 입질이 없었다. 그 많은 물고기가 겨울이 되면 도대체 다 어디로 사라지는 것인지 궁금하면서도 신기하다. 그렇게 형님의 가이드를 받으며 업스트림 방식으로 낚시를 이어갔다. 한 눈에 봐도 포인트인 곳에 도착했다. 물이 떨어지는 포말로 인해 용존산소량이 풍부해 보였다. 형님은 이 곳에는 분명 나올꺼라 확신했다. 그리고 나의 첫 캐스팅에 물 속에서 무언가 따라 오는 것을 보고 훅킹을 했지만 낚지 못 했다. 너무 빨리 채 버린 걸까? 물고기와 나, 서로 보이지 않는 존재와의 게임이 이어졌다. 아쉬움을 뒤로 하고 형님이 캐스팅을 알려주며 훅을 흘리는데 미세하게 흔들리며 불규칙하게 깨지는 마커를 보고 형님이 훅킹했다. 큼지막한 산천어가 모습을 보여줬다. 뜰채를 안가져 온 탓에 라인이 터질까 조마조마 하며 석축 위로 올렸다. 겨울이라 그런지 힘을 많이 못 쓰는 듯 해보이는 산천어. 어려운 환경 속에서 스스로 살아남는 것 자체가 대견하다.



몸의 깨끗한 상태로 보아 아마 처음 잡힌 것이 아닐까 생각 해본다. 다음에 또 만나자는 인사를 하고 사진 몇 장을 찍고 빨리 보내줬다. 흥분한 마음을 가라 앉히고 다시 캐스팅을 이어갔다. 이어서 싸이즈 좋은 갈겨니와 작은 송어가 모습을 보여줬다.




이런 저런 이야기와 물고기를 잡다보니 시간가는 줄 몰랐다. 어느덧 2시간 남짓 시간이 흘렀다. 이제 다시 집으로 출발 해야하는 시간이 왔다. 조금만 더 하면 왠지 큰 녀석이 나와 줄 것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휘저었다. 너무 아쉬운 마음에 와이프한테 조금 더 낚시 하다 가도 되냐고 조심스레 톡을 보냈다. 나의 마음이 통한 것 일까? 아내한테 내일 오라는 답장이 왔다. 형님께 말하니 형님은 내일 정선에 가서 낚시 할 생각이라고했다. 형님과 함께 숙소를 정하고 내일 목적지인 정선으로 출발했다. 가는 길에 정선 시내에 들려 장을 보고 숙소에 도착했다. 저녁 식사와 함께 술을 마시며 형님과 낚시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었다. 내일은 어떤 놈들이 나올까 행복한 고민을 하며 잠들었다.


다음날 아침 7시 아직 해가 덜 뜬 시각. 기대와는 너무 다르게 적은 수량에 입질 조차 없는 상황이 찾아왔다. 형님과 여기 저기 찾아 다니며 포인트를 찾았다.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고 흐르는 물을 보며 형님이 손가락으로 가르켰다.
“사람들은 저 쪽에 송어가 없다고 생각할꺼야. 근데 저기에 분명 송어가 붙어있을 꺼같다.” 형님의 직감을 믿고 우린 물가로 내려갔다.



형님은 아까 말한 포인트를 나에게 양보하고 조금 더 내려가 서로 낚시를 시작했다.




여러 차례 캐스팅을 하고 있던 와중 미세한 입질을 감지했다. 바로 훅킹을 했지만 실패했다. 바로 다음 캐스팅에 마커가 쭉~ 빨려 들러갔다. 이번엔 훅킹 성공! 로드가 휘어 지면서 예쁜 송어가 모습을 보였다. 여울에 송어 힘이 더해져 꽤나 괜찮은 손맛이었다.



잘 살아라 송어야. 잡혀 먹히지 말고!
사진을 찍고 재빨리 살던 곳으로 보내주었다.
형님과 잠시 앉아 풍경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했다.



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10시가 훌쩍 지났다. 이제 돌아 갈 시간이다. 아쉬운 마음에 발걸음을 옮겨 차로 향했다. 물길을 따라 올라가는 길에 라이징을 발견하고 형님이 드라이훅을 날렸다. 역시 아니나 다를까 입질을 했고 형님은 훅킹에 성공했다. 깨끗하고 아담한 송어가 나왔다.


이제 드라이의 계절이 온 것인가? 제법 날이 포근해진 것을 몸소 느꼈다. 우린 부지런히 숙소로 돌아와 라면을 먹고 1박2일 동안의 짧은 낚시 일정을 마치고 다음 낚시를 기약하며 각자의 길로 헤어졌다.
너무 즐거운 낚시 여행이었다.
이렇게 나의 올 해 첫 낚시 여행은 끝났다.
이틀 동안 함께해 준 강규 형님과 낚시 다녀 오라고 나를 배려해 준 아내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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WRITTEN BY
fly day
플라이낚시를 좋아하는 검도선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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